
최근 길거리를 걷다 보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벌레들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러브버그'입니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귀찮고 피하고 싶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꽤 흥미로운 생존 본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평균 3일에서 5일, 길어야 일주일 남짓한 짧은 생애 동안 그들은 오로지 '짝짓기'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입니다.
이 작은 벌레들의 생존 방식은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 특히 기업이나 브랜드가 생존을 위해 고민하는 전략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생태학에서는 이를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합니다. 오늘은 도심을 뒤덮은 러브버그의 생존 방식과 코끼리나 사람과 같은 포유류의 생존 방식을 통해, 과연 우리의 브랜드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고 성장해야 하는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떼 지어 날아다니는 러브버그, 그들이 던지는 뜻밖의 질문
러브버그의 삶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태어나 짧은 시간 동안 오직 짝짓기에만 집중하고 사라집니다. 이들의 전략은 한 번에 수많은 개체를 쏟아내어 그중 일부라도 살아남게 하는 것입니다. 개체 하나하나의 생존율은 극히 낮고 수명도 짧지만, 압도적인 '양'으로 밀어붙여 종족 보존이라는 목표를 달성합니다. 정확도는 떨어져도 시도 횟수를 늘려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지요.
이러한 방식은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업에 막 진입했거나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러브버그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완벽한 결과물 하나를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조금 거칠더라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빠르게 선보여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죠. 이러한 접근은 초기 시장 진입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군에서 특히 효과적입니다. 실패는 당연한 과정의 일부이며, 수많은 시도 속에서 '대박'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민첩하게 빠르게 퍼져나가는 ‘속도’의 생존 전략
자연계에서 곤충이나 물고기들은 주로 수많은 알을 낳아 빠르게 번식하는 전략을 택합니다. 마케팅에서 이러한 방식은 '속도'와 '다작'이 핵심입니다. 패션, 뷰티, 식품과 같이 유행 변화가 빠르고 소비 주기가 짧은 저관여 제품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완벽하게 잘 만든 콘텐츠 하나를 위해 한 달을 고민하는 것보다, 조금 덜 다듬어졌더라도 대중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숏폼 콘텐츠 50개를 빠르게 생산해 배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러브버그가 개체의 우수성보다 개체 수로 승부하듯, 우리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숏폼 영상을 통해 시장에 끊임없이 메시지를 던지고, 그중 반응이 오는 소수의 '대박' 콘텐츠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애초에 다수의 실패를 전제로 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빠른 실행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민첩함입니다.
묵직한 울림으로 ‘깊이’와 신뢰를 쌓아가는 길
반면 사람이나 코끼리 같은 포유류는 다른 생존 방식을 따릅니다. 자식을 많이 낳지 않는 대신, 한두 명의 자녀에게 긴 시간 동안 정성을 쏟아 생존율을 극대화합니다. 이는 마케팅에서 '브랜딩'이나 '고객과의 깊은 관계 형성'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가전제품, 가구, 교육 서비스, 혹은 B2B 비즈니스처럼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오랜 고민이 필요하고 객단가가 높은 영역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러브버그식으로 가벼운 숏폼 영상만 쏟아낸다면 고객은 브랜드의 깊이나 신뢰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여기서는 속도보다는 '밀도'에 집중해야 합니다. 수십 개의 가벼운 영상보다는 우리 브랜드의 철학과 진정성을 담은 한 편의 웰메이드 브랜디드 콘텐츠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또한 고객 관계 관리(CRM)를 통해 한 명의 고객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들이 우리 브랜드를 떠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마치 자녀를 정성껏 키워내는 부모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쌓아 올린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자산이 됩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러브버그의 길인가요, 코끼리의 길인가요?
문제는 많은 브랜드가 자신의 상황을 오판하여 정반대의 전략을 취할 때 발생합니다.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해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테스트해야 하는 신규 브랜드가 마치 명품 브랜드처럼 완벽한 브랜딩을 갖추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 혹은 신뢰가 생명인 고관여 브랜드가 유행만 쫓는 가벼운 마케팅으로 이미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냉정하게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 비즈니스는 지금 러브버그처럼 빠르고 넓게 퍼져나가야 할 때인가, 아니면 코끼리처럼 묵직하게 신뢰의 뿌리를 내려야 할 때인가를 말입니다. 초기 시장이나 트렌디한 제품이라면 2천만 원짜리 영상 한 편보다 일반인 인플루언서들의 숏폼 50편이 더 강력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이나 고가의 제품이라면 가벼운 노출보다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보여줄 수 있는 진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의 역할은 짧은 생애 동안 필사적으로 짝을 찾는 러브버그처럼, 브랜드와 고객을 어떻게든 연결해 내는 것입니다. 다만 그 연결의 방식이 끈질긴 시도(양)인지, 깊이 있는 설득(질)인지에 대한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입니다. 정해진 예산과 자원 안에서 지금 우리 브랜드에 가장 필요한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 오늘 한 번쯤은 창밖의 러브버그를 보며 깊이 고민해 보시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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