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절벽 시대, 왜 우리는 '관계'에 집중해야 할까요?
마케팅의 세계는 늘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서는 여정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드넓은 영토와 끊임없이 유입되는 인구를 가진 특정 국가에서는 신규 고객 유치만으로도 충분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한된 땅덩어리 위에 무엇보다도 경제 활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5년 현재 약 2,950만 명인 경제 인구는 2030년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 전망입니다. 이는 곧 우리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잠재적 고객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심각한 현실을 의미합니다. 어렵게 획득한 한 명의 고객을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게 하느냐가 이제 비즈니스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마케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열쇠, 즉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마케팅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팔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장기적인 관계를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한 번의 거래를 넘어, 고객의 마음을 '온돌'처럼 데우는 지혜
많은 기업이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하는 과정, 즉 고객을 설득하여 지갑을 열게 하는 단계까지를 마케팅의 전부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마케팅(Marketing)'이라는 단어에 현재 진행형(-ing)이 붙어 있듯이, 이것은 고객과의 관계가 지속해서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새우깡'이나 '신라면' 같은 장수 제품들이 수십 년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는 단순히 처음 구매했던 고객이 많아서가 아니라, 만족한 고객이 재구매하고 오랜 기간 브랜드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커머스 브랜드들이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고 빠지는, 이른바 '한탕주의' 전략을 취하곤 합니다. 저는 이를 '불장난'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드럼통에 땔감을 넣고 불을 붙이면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지만, 땔감이 다 타버리면 금세 차갑게 식어버립니다. 반면 우리 고유의 '온돌'은 어떻습니까? 한 번 불을 지피면 그 온기가 은은하게 오래가고, 살짝만 관리해 주어도 따뜻함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CRM 마케팅은 바로 이 온돌과 같습니다. 고객을 획득하고 설득한 이후, 배송이 완료된 그 시점부터가 진짜 마케팅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온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고객 여정의 매 순간, 섬세한 타이밍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법
흔히 CRM이라고 하면 "고객에게 단체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메시지 발송은 CRM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전략적 관점에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CRM이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느 고객'에게, '무슨 혜택'을, '어떤 타이밍'에 줄 것인가를 설계하는 정교한 시나리오입니다.
먼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세요"라고 강요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담만 줄 뿐입니다. 때로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와 같은 안부 인사처럼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거나, 특정 제품을 보고 있는 고객에게 함께 사용하면 좋은 다른 제품을 제안하여 선택지를 넓혀주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혹은 오랫동안 방문하지 않은 고객에게 매력적인 복귀 혜택을 제시하여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재회'의 기술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특성과 행동에 따라 세분화하여 타겟팅해야 합니다. 아직 구매 이력이 없는 잠재 고객에게는 첫 구매의 문턱을 낮춰주는 할인 혜택이나 브랜드 정보를 제공하여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반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두고 고민만 하는 고객에게는 "지금 구매하시면 추가 혜택이 있습니다"와 같이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를 해소해 주는 '쉬운 선택'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이미 우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라고 해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제품 사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보내거나, 재구매 주기가 도래했을 때 알림을 주는 세심한 배려가 재구매율을 높이는 지름길이 됩니다.
이미 사랑하는 고객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이유
CRM 마케팅에서 가장 놓치기 쉬우면서도 중요한 부분은 바로 충성 고객 관리입니다. 우리는 보통 새로운 고객을 데려오는 데 혈안이 되어, 정작 우리 브랜드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단골에게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잘해야 관계가 유지되듯,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구매해 주는 VIP 고객에게는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거나, 신제품을 가장 먼저 체험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 브랜드를 주변에 알리고 SNS에 자발적으로 홍보해 주는 고객에게는 '서포터즈' 자격을 부여하거나 랭킹 보상을 통해 그들의 기여를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인정과 보상은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우리 브랜드의 든든한 팬이자 우군으로 만들어줍니다.
결국 CRM 마케팅은 고객의 생애 주기(Life Cycle)와 구매 여정 곳곳에 우리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과정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호감을 주고, 고민할 때는 확신을 주며, 잠시 멀어졌을 때는 다시 돌아올 명분을 주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감동을 주는 것. 이 네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단단하게 다져나가는 것이 인구 절벽의 시대에 우리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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