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야흐로 '스트리밍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거대 자본 플랫폼이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는 전 세계 가정의 안방을 점령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공연예술계는 매우 독특하고 생명력 넘치는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범용 OTT 플랫폼이 간과했던 '공연예술 틈새 OTT(Community-based Niche OTT)' 시장이 어떻게 팬덤과 결합하여 새로운 경제를 창출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거대 OTT 플랫폼이 보지 못한 '틈새'를 엿보다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와 같은 범용 플랫폼은 수억 명의 구독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며 대중적인 콘텐츠를 선보입니다. 시청자들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감상(Lean-back)하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반면, 동아시아의 공연예술 특화 OTT는 '관계'와 '깊이'라는 핵심 가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지나간 공연 영상을 보여주는 도서관(Library) 기능을 넘어, 아티스트를 직접 후원하고 팬들과 예술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을 판매합니다. 관객들은 실시간 채팅에 참여하고, 자신이 원하는 앵글을 직접 선택하며 공연에 능동적으로 개입(Interactive)합니다. 이러한 틈새 플랫폼들은 넷플릭스와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가 여가 시간(Time Share)을 점유한다면, 공연 OTT는 팬들의 마음(Mind Share)을 점유하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를 응원하고 유대감을 나누는 '디지털 팬덤'의 탄생

한국의 K-뮤지컬 시장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국은 '후원형 라이브(Sponsored Live)'라는 매우 독자적인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습니다. 네이버 TV의 사례는 흥미로운 심리 마케팅의 본보기를 보여줍니다. 관객은 단순히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극단이나 배우를 '후원'하고 그에 대한 리워드로 공연 관람권을 받게 됩니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에 돈을 지불한다'는 기존의 심리적 장벽을 '내가 지지하는 예술가를 돕는다'는 선의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K-POP 플랫폼에서 발전한 '멀티캠' 기술을 도입하여 관객들이 전체 무대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만을 따라가는 앵글을 선택하여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N차 관람'을 유도하는 핵심적인 무기로 활용합니다. '웰컴 대학로'와 같은 프로젝트는 다국어 자막을 제공하여 해외 팬들이 온라인 공연을 접하게 하고, 나아가 실제 대학로를 방문하게 만드는 O2O(Online to Offline) 전략으로 관광과의 연계까지 시도합니다. 일본 역시 강력한 내수 시장과 깊이 있는 팬덤 문화를 바탕으로 고도화된 유료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2.5차원 뮤지컬(애니메이션 원작 뮤지컬)' 팬들을 위한 '시어터 컴플렉스 타운'은 단순한 VOD 서비스를 넘어 팬들이 모여 소통하는 '디지털 도시'를 표방합니다. 배우들의 실시간 라이브 방송과 활발한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팬덤을 강력하게 묶어두는(Lock-in) 전략을 구사합니다. 일본의 전통 예술인 가부키는 '가부키 온 디맨드'를 통해 편당 3,000엔(약 3만 원) 이상의 높은 대여료를 받으며 오프라인 티켓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고급 문화'라는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습니다.

관객이 곧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 극장'의 탄생

중국에서는 별도의 앱보다는 위챗, 빌리빌리, 더우인(틱톡)과 같은 거대 소셜 생태계 안에서 공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빌리빌리의 '단무(Danmu, 탄막)' 기능은 화면 위로 실시간 코멘트가 날아다니게 하여, 과거 중국 전통 극장에서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던 문화를 디지털 공간에서 완벽하게 부활시켰습니다. 젊은 층은 이 기능을 통해 공연을 '함께' 즐기는 놀이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경험을 만듭니다. 더우인에서는 지방의 풀뿌리 극단들이 리허설이나 분장 과정을 생중계하며 실시간으로 관객들에게 팁(다상)을 받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무대를 잃었던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생계 수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온라인 공연을 통한 팬덤 형성으로 오프라인 공연의 매진을 이끄는 역주행의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단순한 영상이 아닌 '경험'을 파는 새로운 경제 모델

이러한 동아시아 공연예술 틈새시장에 대한 조사 결과는 매우 명확합니다. 이 시장은 넷플릭스 시장을 잠식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팬덤의 디지털 지출'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시장(Blue Ocean)임이 명확히 증명되었습니다. 이들의 성공 열쇠는 단순히 공연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아카이빙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장감'과 '유대감'을 디지털 기술로 어떻게 생생하게 구현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가 '이야기'를 판매한다면, 동아시아의 공연예술 OTT는 '지금 이 순간의 연결'을 판매함으로써 팬들에게 깊이 있는 만족감과 소속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구보고서 : http://ideaclub.co.kr/lab/data_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