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불황에도 흔들림 없다고 여겨졌던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이 지금,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업계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지켜오던 '5조 원 시대'가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경기가 좋지 않아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산업 전체의 판이 뒤집히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오늘 이 칼럼에서는 화려했던 성공 신화 뒤에 감춰진 위기의 실체와, 격변의 파고를 넘어 생존하려는 기업들의 치열한 변신 노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5조 원 시대의 붕괴, '황금알 거위'의 날개가 꺾였습니다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은 불과 2년 전인 2022년, 5조 4천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시장 규모는 약 4조 5,373억 원으로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단 2년 만에 1조 원 가까운 막대한 금액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이 충격적인 하락세는 단순한 매출 감소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2016년부터 업계가 견고하게 지켜왔던 5조 원이라는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판매원들에게 지급되는 후원수당 총액 또한 전년 대비 8.8% 감소한 1조 5,099억 원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이는 판매원들의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명백한 증거이며, 결국 신규 회원의 유입이 둔화되고 기존 회원마저 시장을 떠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위기의 핵심 원인은 바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라는 '3고(高) 현상'의 장기화입니다. 가계 경제가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생활 필수재가 아닌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이나 고가 화장품 구매를 가장 먼저 줄인 것이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형 기업들이 이러한 타격을 더 크게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암웨이, 애터미 등이 속한 직접판매공제조합 회원사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11.2%나 감소하며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중소형 업체들이 다수인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은 리만코리아(인셀덤)와 같은 대형 후원방문판매 업체의 선전 덕분에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적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고가의 패키지 상품보다는 생활밀착형 소액 제품을 선호하는 '소액 다량 거래' 트렌드로 회귀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변화 없이는 죽음뿐: 거대 기업들의 필사적인 생존 전략

시장의 파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선두 기업들은 각자의 핵심 역량을 극대화하며 위기를 돌파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은 향후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됩니다.

가장 먼저 한국암웨이는 단순한 제품 판매 기업을 넘어 '웰니스 데이터 기업'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기반 플랫폼을 활용하여 개인 맞춤형 영양제와 운동 습관을 제안하며, 전 세계적인 건강 트렌드인 '슬로우 에이징(노화 지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절감한 애터미'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했을 정도로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적이며, 2030년까지 주력 제품인 '헤모힘'의 글로벌 매출 2조 원 달성을 목표로 유럽과 영국 등 선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상위권 기업 중 유일하게 고속 성장을 이어가며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는 피엠인터내셔널'연금형 보상의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독일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력은 물론, 업계 최초로 하나은행과 제휴하여 판매원 대상 '퇴직연금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소득 불안정이라는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판매원들을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리만코리아'디지털 전환과 체질 개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기존의 후원방문판매 방식을 다단계판매업으로 전환하여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동시에 대표 브랜드 '인셀덤'을 리브랜딩하고 글로벌 표준 플랫폼을 구축하여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단단히 마련했습니다.

넥스트 네트워크 마케팅: '사람 장사'를 넘어선 플랫폼 비즈니스로

기업들의 이러한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바로 '제도적 족쇄''세대교체 실패'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35% 후원수당 상한 규제입니다. 배달 플랫폼이나 보험 영업 등은 성과에 따라 50%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지만, 네트워크 마케팅은 법적으로 매출의 35%까지만 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즉각적인 보상을 원하는 MZ세대에게, 각종 간접 비용까지 포함된 이 35% 룰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조건입니다. 그 결과 2030 세대는 즉각적인 현금 수익이 보장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장으로 대거 이탈했습니다. 이로 인해 판매원 조직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판매원의 주류는 50대와 60대 이상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중심의 조직은 급변하는 온라인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2025년 시장은 급격한 반등보다는 바닥을 다지는 'L자형'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신호도 있습니다. 최근 다단계판매 제품 가격 상한이 16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고가 가전이나 뷰티 디바이스 판매의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제 네트워크 마케팅은 과거의 '사람 장사' 방식만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오프라인의 끈끈한 관계 형성과 온라인의 편리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유통 모델'이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기업들은 라이브 커머스를 전면 도입하고, AI를 활용하여 고객 피부를 진단하는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2025년은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완료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 단순히 5조 원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첨단 유통 기술과 휴먼 네트워크를 결합한 진정한 플랫폼 비즈니스로 거듭나는 기업만이 이 거친 변화의 파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 또한 단순한 인맥 판매를 넘어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어디인지 현명하게 지켜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K-NM Report 2025 연구조사 : https://ideaclub.co.kr/lab/lab_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