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 익숙했던 동네 풍경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기가 어렵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이하고도 섬뜩한 '소멸'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오랫동안 우리 삶의 편의를 지탱하던 목욕탕, 분식집, 그리고 골목을 지키던 숙련된 정비소까지, 실핏줄 같은 업종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정비 업계의 상황은 단순한 불황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습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어떤 이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기술 독점이라는 이중고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동네 카센터의 현실과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엔진 소리가 멈춘 자리에 찾아온 침묵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에 동네 카센터는 운전자들에게 필수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약 3만여 개의 부품은 정비사들에게는 곧 생계의 원천이었습니다.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엔진 오일, 미션 오일, 점화 플러그, 타이밍 벨트 등 다양한 소모품 관리 수요가 정비소의 수익을 견인해 왔습니다.

그러나 전기차(EV)의 등장은 이 모든 공식을 무너뜨렸습니다. 엔진과 변속기가 사라진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정비소의 주 수입원이었던 오일류 교환이나 엔진 관련 정비 수요가 말 그대로 '증발'한 것입니다. 심지어 전기차 특유의 회생 제동 기능으로 인해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조차 더딥니다. 남은 것이라곤 타이어 교체나 와이퍼, 에어컨 필터 점검 정도인데, 이것만으로는 높은 임대료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기술의 진보가 역설적으로 정비 업계의 일감을 70% 이상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대, 사라진 수리할 권리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하드웨어의 변화보다 소프트웨어의 통제에 있습니다. 현대의 전기차는 사실상 '바퀴 달린 거대한 스마트폰'이나 다름없습니다.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진단하고 수리하기 위해서는 제조사가 보유한 전용 진단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제조사는 보안과 기술 유출 방지를 이유로 이러한 핵심 정보와 접근 권한을 동네 정비소(사설 업체)에 공유하지 않습니다. 30년 경력의 숙련된 정비사라 할지라도, 전용 진단기를 연결할 수 없는 전기차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정비 시장이 대기업 직영 서비스 센터나 제조사 협력 업체로 독점되는 현상을 가속화합니다. 소비자는 간단한 수리조차 예약이 밀린 직영 센터를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동네 카센터는 기술적 봉쇄 속에 타이어 교체나 단순 소모품 교환 위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업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논쟁과도 맞닿아 있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경기 한파와 규제의 굴레, 출구 없는 폐업

이러한 산업 구조의 변화 위로 덮친 것은 최악의 경제 불황입니다. 고금리와 고물가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카센터 역시 임대료 상승과 인건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매출은 급감하는데 고정비용은 치솟는 이중고 속에서, 많은 정비소가 적자를 감수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문을 닫고 싶어도 쉽게 닫을 수 없는 '좀비 자영업'의 현실입니다. 오랜 기간 운영해 온 정비소를 폐업하기 위해서는 리프트 철거, 폐유 처리 시설 원상복구 등 막대한 철거 비용이 소요됩니다. 환경 규제에 따른 토양 정화 비용까지 겹치면 그 금액은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에 이르기도 합니다. 결국 폐업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셔터만 내려진 유령 정비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퇴로조차 차단된 가혹한 경제적 현실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4차 산업혁명과 친환경차 전환을 밝은 미래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환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그 그늘에 가려진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고통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 카센터의 몰락은 단순히 하나의 업종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붕괴하고, 골목 상권의 다양성이 실종되며, 기술 독점으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경고음입니다.

화려한 기술 발전의 이면에, 평생을 자동차 정비에 헌신하며 가정을 지켜온 이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효율성과 혁신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