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과거 일본 시장에서 '문화적 맥락'을 읽지 못해 처참하게 실패했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2014년, 광명점 오픈 당시 구름 떼 같은 인파가 몰리며 '가구 공룡'의 위용을 떨쳤던 이케아 코리아.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화려한 성공 신화 뒤에 가려진, 이케아 코리아가 마주한 냉정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북유럽의 낭만, 한국에선 왜 '노동'이 되었을까요?

이케아의 핵심 철학은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찾고, 운반하고, 조립하게 함으로써 비용을 낮추는 것입니다. 한국 진출 초기, 이러한 '불편함'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북유럽 감성’과 ‘직접 만드는 뿌듯함’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꽤 신선한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배송과 조립을 당연한 서비스로 여기던 한국 시장에 'DIY 문화'를 심는 데 성공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 '신선함'은 점차 '피로감'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빨리빨리' 문화와 '최상의 서비스'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넓은 매장을 미로처럼 돌아다녀야 하는 쇼핑 방식과 휴일 하루를 꼬박 써야 하는 조립 과정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닌 노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 급성장한 '오늘의집'과 같은 플랫폼이나, 배송부터 시공까지 완벽하게 책임지는 국내 가구 브랜드들의 기민한 서비스와 비교되면서, 이케아의 '불편한 서비스'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만 비싸다?" 신뢰를 흔든 불편한 진실

이케아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가장 큰 무기는 '가격 파괴'였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불거진 것은 다름 아닌 '가격 차별 논란'이었습니다. OECD 국가 중 한국에서의 판매 가격이 유독 비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국 소비자를 소위 '호갱(어수룩한 손님)'으로 취급한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물론 물류비용이나 시장 규모의 차이를 감안해야겠지만,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힌 "외국보다 비싸다"는 인식은 브랜드 신뢰도에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국내 저가 브랜드들이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며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이케아 가구가 가진 '가성비'의 절대적 우위는 예전만 못합니다. 배송비와 조립 서비스 비용을 추가하면 오히려 국내 브랜드보다 비싸지는 경우도 허다하여, 소비자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케아를 이탈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한국인의 삶, 이케아는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거시적인 환경 또한 이케아에게 웃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가구 시장은 필연적으로 부동산 시장, 특히 이사 수요와 밀접하게 연동됩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한국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과 침체는 가구 교체 수요를 급격히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집을 옮겨야 새 가구를 들일 텐데, 그럴 기회 자체가 줄어든 것입니다.

또한,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이케아의 거대한 창고형 매장 전략에 의문을 던집니다. 차가 없는 1인 가구에게 교외의 거대 매장 방문은 큰 부담입니다. 이케아 역시 이를 인지하고 도심형 접점인 '플래닝 스튜디오' 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거대한 쇼룸에서 압도적인 물량을 보여주며 구매 욕구를 자극하던 기존의 성공 방식을 완벽하게 대체하기엔 아직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케아는 일본에서의 첫 실패를 딛고 철저한 현지화로 재기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의 이케아는 실패했다기보다 거대한 '성장통' 혹은 '정체기'를 겪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초기 진입 때 누렸던 '오픈발'과 '북유럽 환상'은 걷혔습니다. 이제 한국 소비자는 더 똑똑해졌고, 더 편안한 서비스를 요구합니다.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서 '가구 공룡'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자존심을 조금 내려놓고 한국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편리함'과 '가격적 혜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불편해도 싸고 예쁘니까 산다"는 공식은 한국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