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회사가 맥주를 만든다고요?’
이런 반응을 불러일으킨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당황스러움은 곧 폭발적인 호기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구식 이미지로 고착돼 있던 전통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한 번의 리브랜딩으로 Z세대에게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로 거듭나며, FMCG(일용 소비재) 업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메시지, 태도, 감성을 전면적으로 바꿔낸 놀라운 사례였지요.

곰표 브랜드 마케팅

익숙하지만 낡았던 브랜드, ‘곰표’

곰표는 원래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로, 가정용 밀가루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통성은 시간이 흐르며 ‘낡은’ 이미지로 변했고,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긴 세월 동안 큰 변화 없이 존재했던 브랜드는 점점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고, 단지 생존하는 브랜드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곰표는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고, 대담한 변화로 주목받는 브랜드로 도약하기로 결정합니다. 단순한 ‘밀가루 브랜드’에서 소비자 일상의 콘텐츠가 되는 브랜드로 변화한 것이지요.

전통을 새롭게 소비하다 – ‘위트’를 입힌 곰표

곰표의 리브랜딩은 단지 로고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재미’였습니다.
곰표는 밀가루 패키지에 그려져 있던 흰 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다양한 굿즈와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했습니다. 패딩, 티셔츠, 담요는 물론이고 맥주, 팝콘, 화장품, 심지어 담배형 젤리까지 출시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모든 제품은 “곰표가 이런 걸 만들었다고?”라는 반응을 유도했고, 그 반응은 곧 SNS 확산으로 이어졌습니다.

곰표는 기존 제품의 카테고리를 벗어나 전혀 다른 문맥에서 자사의 브랜드 자산을 활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의 재해석을 가능하게 했고, 밀가루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소비자와 ‘친해지는’ 브랜드가 되다

곰표의 리브랜딩 성공에는 소비자와의 ‘거리 좁히기’ 전략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기존에는 제품 중심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리브랜딩 이후 곰표는 소비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브랜드로 변모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웃음의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여유와 위트,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지 않은 단순한 재미의 순수성이 젊은 세대에게 오히려 큰 호응을 얻은 것입니다.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도 이 전략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지요.

브랜딩의 본질은 태도에 있다

곰표의 사례는 ‘브랜드’가 더 이상 제품의 품질이나 오랜 역사만으로 사랑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의 ‘태도’를 봅니다. 이 브랜드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자신과 얼마나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주목합니다.

곰표는 자기 브랜드의 고유한 자산을 재치 있게 재해석하며, 그 자산을 통해 소비자의 일상에 기분 좋은 ‘침투’를 했습니다. 이로써 전통 브랜드도 충분히 새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시장 전체에 던진 셈입니다.

브랜드는 진화해야 합니다

곰표의 리브랜딩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브랜드 철학의 혁신입니다.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감성을 따라가는 유연함,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정확한 균형을 잡은 사례입니다. 단 한 번의 기획이 아니라 꾸준한 관찰과 도전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브랜드는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자신답게’ 변화하는 것이 진짜 리브랜딩의 핵심입니다. 곰표는 그것을 누구보다 유쾌하고도 멋지게 해낸 브랜드였습니다.

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