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너무 평범해서 들려줄 이야기가 없어요.”
브랜딩과 마케팅 컨설팅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많은 대표님과 마케터, 혹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분들이 스토리의 중요성은 알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전투 같은 삶을 살지도 않았고, 영화처럼 극적인 성공이나 실패를 경험한 것도 아니기에 그저 밋밋하고 평범한 일상만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이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만약 당신의 삶이 한 편의 책이라면, 과연 백지로만 가득 차 있을까요? 오늘, 저는 스토리텔링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말씀드립니다. 당신에게도 이야기는 있습니다. 아니, 차고 넘칩니다. 문제는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당신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강력한 비즈니스 무기, 그 ‘스토리의 광맥’을 캐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왜 우리는 ‘내겐 할 이야기가 없어’라고 착각하는가?
스토리 발굴의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 자신이 자신의 삶에 너무 익숙하다는 점입니다. 스스로에게는 그저 살아온 나날일 뿐인 사건들이 다른 이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는 이 착각이 얼마나 보편적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50대 중반의 평범해 보이는 그 남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 PC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사진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은 후 유정 화재에 대응하는 전문가였죠. 친구를 독가스로 잃은 끔찍한 경험부터, 은퇴를 바라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명감 때문에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그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였습니다. 비행 내내 그의 이야기에 매료된 제가 물었습니다. “혹시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눠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스토리요? 저는 아무 스토리도 없는데요.”
이처럼 엄청난 경험을 한 사람조차 자신의 이야기가 가진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니 스스로 평범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문제는 스토리의 부재가 아니라, 스토리를 발견하는 ‘방법’의 부재일 뿐입니다.
스토리의 광맥을 찾는 첫 번째 단서: ‘명사’에 집중하라
“대공황 때 이야기 좀 해주세요.” 제가 어린 시절 할머니께 이렇게 여쭤봤을 때, 할머니의 대답은 단 한마디였습니다. “좋았지.” 저는 당황했습니다. 공황(Panic)이 어떻게 좋을 수가 있을까요? 이처럼 “OO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와 같은 막연한 질문은 좋은 스토리를 찾아내는 데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스토리를 찾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우리 삶을 구성하는 ‘명사‘ 즉, 사람, 장소, 사물, 사건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스토리는 바로 이 명사들에 자석처럼 달라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혁신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할 스토리를 찾던 한 경영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혁신’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앞에서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접근법을 바꿔 그가 평생 경험했던 기술 혁신의 ‘사물’ 목록을 만들어보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전축, 워크맨, 아이팟… 그리고 ‘휴대전화’라는 명사에 이르렀을 때, 그는 아버지의 서류 가방만 한 휴대전화로 친구에게 몰래 전화를 걸었다가 30초 통화료로 300달러짜리 고지서를 받았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해냈습니다. 혁신은 놀랍지만, 때로는 고통스럽다는 메시지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스토리였죠.
지금 당장 여러분이 가졌던 직업, 살았던 집, 만났던 선생님이나 코치의 목록을 만들어보십시오. 그리고 각 명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을 붙잡아보세요. 바로 그곳에 당신의 스토리가 숨 쉬고 있습니다.
기억의 서랍을 여는 몇 가지 열쇠들
명사에 집중하는 것 외에도, 흩어져 있는 스토리 조각들을 모을 수 있는 몇 가지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첫 경험을 떠올려보라: 첫 아르바이트, 첫 기조연설, 첫 고객의 흥분된 전화.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강력한 감정과 서사가 담겨있습니다. 당신의 비즈니스에서, 그리고 당신의 인생에서 ‘첫’ 경험들을 나열해보세요. 그 기억들 속에는 당신의 열정과 초심, 그리고 성장을 보여주는 훌륭한 스토리 씨앗이 잠자고 있습니다.
고객의 불만과 질문 목록을 만들어라: 고객들이 당신의 제품을 왜 선택하지 않는지,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십시오. 만약 고객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그 제품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고객의 돈을 아껴주는지를 보여주는 스토리를 찾아내야 합니다. 고객의 저항과 의심이야말로 당신이 어떤 스토리를 들려줘야 할지 알려주는 가장 정확한 나침반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라: 때로는 올바른 질문이 최고의 답을 이끌어냅니다.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세요.
- 우리 회사 역사상 최악의 날은 언제였는가?
- 고객을 (기쁨 혹은 슬픔으로) 울게 만든 순간은 언제였는가?
- 일을 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 그 일이 없었다면 우리 회사가 살아남지 못했을 단 하나의 사건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당신이 잊고 있던 결정적인 순간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줄 것입니다.
당신의 삶은 이미 그 자체로 거대한 스토리의 저장고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다고, 극적인 순간이 없다고 지레 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평범한 일상, 사소한 성공과 실패, 고객과의 작은 교감 속에 당신의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오늘 알려드린 방법들을 나침반 삼아 당신만의 스토리 광맥을 찾아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그 끝에서 당신은 비즈니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