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강연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저는 강연자가 내내 언급했던 책 한 권을 아마존에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9.97달러, 우리 돈으로 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문고판이었습니다. 책을 받아 들고 며칠 밤낮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그 안에는 제가 갈망하던 지식의 정수가 담겨 있었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 삶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몇 달 후, 저는 우연히 이베이에서 그 책의 내용을 그대로 담은 오디오 CD 세트를 발견했습니다. 가격은 무려 97달러였습니다. 똑같은 내용이었지만, 저는 망설임 없이 10배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그 CD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은 그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걸까요? 같은 지식, 같은 프레임워크를 담고 있는데 왜 가격은 10배나 차이가 나고, 더 비싼 상품이 오히려 제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을까요? 이것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과 ‘가치’를 파는 것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줍니다. 오늘은 바로 그 비밀, 평범한 상품을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바꾸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정보는 상품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많은 분들이 실수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제품이든, 소프트웨어든, 컨설팅이든 자신이 파는 ‘상품’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하지만 고객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해줄 ‘기회’를 사는 것입니다. 제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훌륭해도, 고객이 그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보 상품’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당신의 핵심 제품이나 서비스를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감싸 고객을 교육해야 합니다. 왜 이 제품이 필요한지, 이것을 통해 어떤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죠. 당신의 전문 지식이 담긴 정보는 단순한 상품을 고객의 삶을 바꿀 새로운 기회로 격상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고객은 제품 때문에 당신을 찾아오지만, 당신이 제시하는 기회와 전문성 때문에 당신 곁에 머무르게 됩니다.
가치 사다리: 고객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끄는 법
제가 9.97달러짜리 책을 읽고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책은 제게 ‘스스로 하라(DIY)’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10배 비싼 오디오 CD는 운전하면서도 들을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며 제 삶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이처럼 같은 프레임워크라도 어떻게 포장하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이것을 ‘가치 사다리’라고 부릅니다. 고객이 당신의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더 쉽고 빠르게 얻도록 돕는 것입니다.
- 직접 하기 (DIY): 책이나 저렴한 온라인 강좌처럼 고객 스스로 배우고 적용하게 합니다.
- 함께 하기 (DWY): 워크숍이나 그룹 코칭처럼 당신이 고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갑니다.
- 대신 해주기 (DFY): 일대일 컨설팅이나 에이전시 서비스처럼 당신이 고객을 위해 직접 구현해줍니다.
당신의 핵심 프레임워크는 소셜 미디어의 짧은 영상이 될 수도 있고, 이메일로 제공되는 리드 마그넷, 책, 회원제 사이트, 수백만 원짜리 마스터마인드 그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프레임워크는 동일하지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깊이와 당신의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가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는 사실입니다.
금광에서 곡괭이를 팔아라: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도구’
19세기 골드러시 시대, 모두가 금을 찾아 헤맬 때 진짜 돈을 번 사람은 금광을 캐는 사람들에게 곡괭이와 삽을 판 상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의 고객 역시 저마다의 ‘금’을 캐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때 당신은 그들의 여정을 더 빠르고 쉽게 만들어 줄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프레임워크를 단순화하는 도구는 소프트웨어일 수도 있고, 미리 만들어진 템플릿, 체크리스트, 실제 성공 사례가 담긴 스와이프 파일 등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당신의 프레임워크를 실행하는 데 1년이 걸린다면, 그 과정을 단축시켜 줄 소프트웨어나 템플릿을 제공하는 겁니다. 고객은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지름길’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입니다. 이러한 도구들은 당신의 제안을 더욱 구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의 완성, ‘스택’
이제 당신의 손에는 핵심 상품, 그것을 감싸는 프레임워크, 그리고 고객의 성공을 돕는 다양한 도구들이 있습니다. 이것들을 각각 따로 파는 대신, 하나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묶는 과정이 바로 ‘스택(Stack)‘입니다.
스택 슬라이드는 당신이 제공하는 모든 것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핵심 상품, 보너스로 제공되는 정보 제품들, 각종 도구들의 가치를 하나씩 쌓아 올리며 보여주는 것이죠. 이때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당신이 제안하는 모든 것의 총가치는 실제 판매 가격의 최소 10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00만 원짜리 상품을 판다면, 고객은 최소 1,000만 원 이상의 가치를 얻는다고 느껴야 합니다.
이렇게 제안을 구성하면, 고객의 머릿속에서 구매 결정 과정이 완전히 바뀝니다. 더 이상 “이 상품을 살까, 말까?”가 아니라 “이 엄청난 가치를 단돈 OOO원에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까, 놓칠까?”로 바뀌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판매하는 비결입니다.
결국, 브랜딩과 마케팅의 핵심은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포장하며, 고객이 기꺼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싶게 만드는 것입니다. 똑같은 지식이라도 어떻게 전달하고, 어떤 도구와 경험을 함께 제공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10배, 100배로 커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전문 지식 안에는 아직 꺼내지 않은 수많은 ‘곡괭이’와 ‘CD 세트’가 잠자고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 그것들을 어떻게 새롭게 포장하여 고객에게 더 높은 차원의 기회를 선물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브랜드 설계자> 1-5. 똑같은 프레임워크에 더 많은 돈을 쓰게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