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활기찬 목소리의 안내방송이 “앞으로 공항이 얼마나 멋지게 변할지 기대해달라”고 외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불편을 겪고 있는 지금의 나는 철저히 무시된 채, 그들의 미래만이 중심인 메시지 속에서 당신은 분명 외면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이처럼 누군가를 설득하고자 할 때,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내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

우리가 흔히 범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나의 진심이 전달되면, 혹은 내가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을 전달하면 상대는 설득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사실’이 아니라 ‘맥락’을 통해 세상을 해석합니다. 그 맥락의 핵심은 ‘나에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타당한 주장을 해도, 그것이 상대의 스토리와 맞닿아 있지 않다면 그저 정보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정보’가 아닌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상대의 세계, 그들이 품고 있는 욕망, 두려움, 희망 속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

브라질 축구팬을 통해 본 공감의 힘

브라질에서는 장기 기증을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이 오랜 시간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죽음을 전제로 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본능적인 저항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관점을 바꾸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죽은 후에도 내가 사랑하는 팀을 응원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팬의 심장은, 눈은, 폐는 다시 누군가의 몸에서 ‘스포르트 헤시피’를 위해 계속 뛰고 숨 쉬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강력한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장기 기증을 권유한 것이 아니라, ‘팬이라는 정체성을 영원히 이어가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수만 명이 장기 기증 희망자가 되었고, 실제 이식률까지 증가했습니다.

이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상자의 시선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재설계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보다 “그들이 듣고 싶은 것”

우리는 자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설득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설득은 싸움이 아닙니다. 오히려 연결입니다. 연결을 만들려면 나의 세계에서 벗어나 상대의 세계를 살아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공감, 상상, 배려라는 감정적 지능이 요구됩니다.

스토리는 ‘변화’를 위한 열쇠입니다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그 변화가 아무리 타당해 보일지라도, 그것이 익숙한 자기 세계를 위협한다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그 장벽을 넘게 합니다. 상대가 겪고 있는 갈등, 욕망, 꿈을 이해하고 그 안에 우리 메시지를 녹여낼 수 있다면, 이야기는 상대의 자아와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자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 상대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타인의 자아와 맞닿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건넨다는 뜻입니다. 내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그들이 어떤 이야기로 받아들이느냐가 모든 차이를 만듭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보세요.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 행동할 수 있을까?”

이 작은 전환이 설득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