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어떤 주장을 뒷받침할 때, 정확한 통계나 논리적인 근거, 데이터를 나열하면 상대가 이해하고 설득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케팅, 교육, 정치 등 설득이 중요한 영역일수록 “사실”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명백한 사실을 내세운다 해도, 상대가 그것을 “자기 일처럼” 느끼지 않는다면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합니다. 이게 바로 ‘사실은 사실로 무너진다’는 말의 함의입니다. 사실은 그것이 전달되는 방식, 즉 스토리 없이 제시될 경우 오히려 청자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설득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은 사실로 무너진다

왜 사람들은 스토리에 끌리는가?

인간의 뇌는 수천 년간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해왔습니다. 어떤 정보가 나에게 중요한지, 위험한지, 희망을 주는지 판단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토리’를 찾아냅니다. 뇌는 순수한 데이터보다 구체적인 인물과 상황, 감정을 담은 이야기에서 의미를 포착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립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불멸의 팬’ 캠페인은 단순히 장기 기증의 필요성과 이점을 나열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당신의 심장이 죽은 뒤에도 가장 사랑하는 축구팀을 위해 뛸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 스토리는 팬들의 감정과 정체성을 건드렸고, 그 결과는 장기 기증 등록자가 54%나 증가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스토리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형식’입니다

스토리는 사실을 왜곡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실에 맥락을 부여하고, 감정적 연결고리를 만들어 줌으로써 사실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포장된 사실보다, ‘주관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더 큰 설득력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논리로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 설득의 시작이라면, 스토리는 감정을 움직여 행동으로 이끕니다. 그리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언제나 감정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말하고 싶은 진실이 있다면 그 진실을 그저 사실로만 나열하지 마세요.
그 진실을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하세요.
그들이 살아온 맥락 안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로 전달할 때, 비로소 그 사실은 ‘살아있는 진실’이 됩니다.

이제 진짜 질문은 이겁니다.

“당신의 진실은 누구의 이야기 속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까?”

#참고 <스토리만이 살길> 1-2. 사실은 사실로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