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SNS 피드에 눈길을 끄는 술병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전통주라고 하기엔 너무 세련되고, 막걸리라고 하기엔 너무 감각적인 패키지. 그리고 이어진 짧은 한 줄, “할아버지가 만든 술, 손주가 다시 빚습니다.”
이 짧은 문장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오랜 세월 명맥만 이어오던 전통 양조장이, 다시 대중의 관심 속으로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백화양조입니다.

사라질 뻔한 전통 양조장의 부활

백화양조는 충남 예산에서 100년 가까이 전통주를 빚어온 가업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지역 안에서도 ‘옛날 술’로만 인식되며 시장에서 점점 잊혀져 갔습니다. 제품의 품질은 뛰어났지만, 브랜드는 노화되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백화양조는 멈춰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젊은 4세 손주가 브랜드의 흐름을 다시 잇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전통이 가진 매력을 오늘날의 감성으로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바로 스토리텔링을 중심에 둔 브랜딩 전략이었습니다.

백화양조

‘누가’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

현대 소비자, 특히 MZ세대는 ‘무엇을 사느냐’보다 ‘누구의 것을 사느냐’를 더 중시합니다.
백화양조는 이 점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한 가문의 삶과 기억, 그리고 철학이 담긴 술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표 제품인 ‘예산사람들’은 단순한 막걸리가 아닙니다.
이 술은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정서를 담은 이름을 가졌고, 라벨에는 ‘지역의 기운과 역사를 품은 술’이라는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이처럼 제품 하나하나에 이야기와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술은 더 이상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공감과 연대의 매개체가 된 것입니다.

‘전통’이라는 말을 새롭게 해석하다

백화양조는 ‘전통’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전통을 요즘 사람들의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로고, 패키지, 웹사이트까지 전면적인 리브랜딩을 통해 세련되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하지만 포인트는 ‘겉만’ 바뀐 것이 아닙니다.
진짜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한 것, 그게 핵심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술에는 할아버지가 손수 써 내려간 양조법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는 점, 어떤 제품은 지역 농부와 협업해 만든 쌀로 빚는다는 점 등을 스토리로 녹여내면서, 단 한 병의 술이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경험’을 파는 브랜드로 진화하다

또한 백화양조는 단순히 술을 파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체험형 콘텐츠와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 중심의 브랜드로 진화했습니다.

전통주 테이스팅 클래스, 팝업 전시, 로컬 푸드 마켓과의 컬래버 등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맛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을 제공합니다. 덕분에 전통주가 낯설기만 했던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그 가치를 이해하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는 기억의 언어입니다

백화양조는 브랜드가 단지 ‘상품의 이름’이 아니라, 기억과 이야기를 담는 언어라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단순히 잘 만든 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술이 만들어진 시간과 사람을 함께 전달하면서, 브랜드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이라는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이런 공감은 충성도를 만들고, 충성도는 브랜드의 지속성을 보장합니다. 결국 백화양조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 세대의 가업을, 또 다른 세대의 문화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로울 수 있다

지금의 백화양조는 ‘전통’을 지키는 기업이 아니라, 전통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 브랜드입니다. 사라질 뻔했던 한 지방 양조장이, 전국의 젊은 소비자에게 감성을 전하는 브랜드가 된 것.
그 중심에는 언제나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나누려는, 브랜드의 따뜻한 태도가 있었습니다.

백화양조